시즌 두 번째로 10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구원 등판한 박찬호는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습니다. 6회말 선발 구로다가 흔들리며 디백스 2번 번스에게 2타점 역전 안타를 허용하자 토리 감독은 불펜에서 몸을 풀던 박찬호를 불러 올렸습니다. 구위가 급격히 떨어지던 구로다에게 만루를 맡기느니 차라리 한 템포 빨리 투수를 교체해 박찬호를 올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습니다.
조 토리 LA 다저스 감독은 10일 1점차 승부의 중요한 시점에 박찬호를 기용했습니다. ⓒ민기자닷컴 |
박찬호는 첫 타자 3번 올란도 헛슨을 풀카운트 끝에 걸어 내보내 만루에 몰리기도 했지만 4번 크리스 버크를 슬라이더로 힘없는 2루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아 더 이상의 피해 없이 6회말을 끝냈습니다.
7회말 박찬호는 5번 레이놀스를 2루수 소프트 라이너로 잡은 뒤 번트를 시도한 업턴을 침착하게 처리하며 투아웃을 쉽게 잡았습니다. 그러나 이날 유격수로 나온 7번 오헤다에게 던진 변화구가 가운데로 몰려 중전 안타를 맞은 박찬호는 포수 해먹과 공 9개까지 가는 대결 끝에 150km 패스트볼로 좌익수 플라이 아웃을 잡고 이닝을 마쳤습니다.
이날 최고 구속은 151km(94마일)이 나왔고 대부분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만으로 타자들을 상대했습니다. 포심 패스트볼은 이날도 거의 다 93마일을 찍었습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00이 됐습니다.
이날 박찬호의 등판은 두 가지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우선 박찬호가 몸을 풀기 시작한 시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찬호는 이날 6회말 구로다가 1사 후 오헤다에게 기습 번트 안타를 허용하자 곧바로 몸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롱맨 역할이 주어진 투수가 몸을 풀 시점은 분명히 아니었습니다.
박찬호가 몸을 풀기 시작하자 곧 이어 좌완 바이멜이 합류해 함께 워밍업을 했습니다. 중요한 시점에 왼손 타자 전문 킬러가 바로 바이멜입니다. 토리 감독은 그 때까지 분명히 승리를 생각하며 구원 투수들을 선택했습니다.
이날 다저스 불펜 중에는 전날 3.2이닝을 던진 쿼홍치와 이틀 연속으로 던진 라몬 트롱코소를 제외하고는 모두 등판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토리 감독은 1점차의 승부에서 박찬호를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선발과 롱릴리프를 오가는 스윙맨이 아니라 오히려 셋업맨에 가까운 역할을 부탁한 것입니다.
아쉬운 것은 구로다가 오헤다의 번트 안타에 이어 8번 해먹에게도 우전 안타를 맞았는데도 계속 마운드를 맡겼다는 점입니다. 물론 다음 타자가 투수 오잉스였지만 그는 작년에 3할3푼3리에 4홈런 15타점으로 타자 뺨치는 투수입니다. 이미 투구수 100개에 육박하며 지친 기색이 역력하던 구로다는 오잉스마저 볼넷으로 내보냈고, 결국 2사 후에 번스에게 결승 2루타를 맞고 말았습니다. 물론 결과론에 불과하지만 조금 일찍 박찬호를 내보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끈 것은 박찬호와 마크 레이놀스와의 대결입니다.
박찬호는 이틀 전 시즌 첫 등판에서 5타자를 연속으로 잡으며 순항하다가 레이놀스를 맞아 95마일 패스트볼을 던지고도 중월 홈런을 허용했습니다. 레이놀스는 디백스 타선에서 가장 파괴력이 뛰어나고 특히 패스트볼에 아주 강한 타자입니다. 그러나 박찬호는 레이놀스와의 생애 첫 번째 대결에서 95마일-93마일-95마일의 패스트볼을 연속으로 던졌다가 홈런을 얻어맞았습니다.
그런데 이날 두 번째 대결에서 박찬호는 82마일 체인지업으로 초구 스트라이크에 이어 2구째는 84마일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했고, 3구째도 81마일의 변화구로 타이밍을 빼앗으며 2루수 켄트에게 날아가는 소프트 라이너 아웃을 잡았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노련함이 보였습니다. 두 선수의 다음 대결이 기대됩니다. 레이놀스는 5홈런 12타점으로 시즌 초반 양 부문 선두에 나선 떠오르는 강타자입니다.
조 토리 감독은 전날 5선발은 에스테반 로아이자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말 샌디에이고와의 3연전 선발은 페니-로우-빌링슬리로 예고됐습니다. 애지중지 키우는 빌링슬리를 한번 부진으로 로테이션에서 제외할 리가 없고, 5선발도 로아이자에게 계속 맡긴다는 입장 표명이었습니다.
그러나 로아이자가 당연히 5선발 자격이 있는 피칭을 보였다면 사실 그런 언급조차 필요가 없었습니다. 누군가 분명히 로아이자의 위상에 의구심을 드러냈기 때문에 토리 감독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습니다.
박찬호가 불펜에서 좋은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더 이상 '마이너로 다시 갈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선발이 흔들릴 때 그 자리를 대처할 후보 0순위의 위치도 더욱 확고해질 수 있습니다.
아직 두 경기 등판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벌써 조금은 바뀐 박찬호의 팀 내 위치가 보인 경기였습니다.
기자 : 민훈기minkiza@naver.com, 제공 : minki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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