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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그녀의 빵빵한 자신감
여름이 오면 다이어트 관련 업종은 성수기를 맞는다. 노출이 많아지는 계절, 많은 여성은 ‘효리처럼’ 날씬한 몸매를 목표로 다이어트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날씬한 몸매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어떤 옷을 입더라도 최적의 조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정상적인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도 누구든 추구해야 할 일 중의 하나. 그러나 알고 보면 완벽한 몸매를 가진 스타나 모델 중에도 ‘옷 못 입는’ 이가 많고, 반대로 평범한 몸매를 가진 이 중에서 ‘옷 잘 입는’ 패션 리더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결국 스타일리시해지기 위해서 몸매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
뉴욕이나 LA로 출장을 가면 꽤 심각한 과체중의 여인들이 몸에 딱 붙는 티셔츠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당당히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본다. 이상한 점은 그 모습이 전혀 흉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이야 어떻게 보든 내가 입고 싶은 스타일이라면 자신있게 입어내는 그들은, 체중 조절에는 실패했을지 모르나 패션을 즐기는 ‘패셔니스타’로서는 성공한 모습 아닐까.
마침 그런 스타들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가장 강력한(!) 아이콘은 베스 디토(Beth Ditto). 그녀는 미국 밴드 가십(Gossip)의 보컬리스트로 95kg의 체중에 커밍아웃까지 감행한 동성애자다. 그런데도 그녀는 2007년 영국 팝뮤직 잡지인 ‘NME’에서 선정한 ‘가장 섹시한 여성’ 에 뽑혔고, 영국의 한 대형 패션 스토어가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만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매장 내에서 자신의 음반 트는 것을 공식적으로 거부하기도 했다. “차라리 저더러 디자인하게 맡겨 주세요. 덩치 큰 사람을 위한 멋진 옷을 만들 수 있다고요”라고 항변하면서 말이다. 그 외에도 적지 않게 돌출적인 행동을 일삼는 그녀는 커다란 몸집임에도 다른 스타처럼 화려한 패션 스타일을 거침없이 즐긴다. 이론적으로 반짝거리는 비즈(구슬)나 스팽글 소재의 옷은 시선을 더욱 끄는 효과가 있어 몸매에 자신없는 이들은 선뜻 택할 수 없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얼마 전 반짝이는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참석한 그녀의 모습은 그 어느 스타보다 아름다웠고, 동시에 그녀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악동’임을 확인시켜 줬다.
이제는 20대 후배 배우들에게 ‘최고의 섹시 배우’ 자리를 넘겨 줄 때도 되었는데 여전히 그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여배우 김혜수도 그렇다. ‘클레비지(Cleavage · 가슴과 가슴 사이의 골)’를 과감히 드러낸 깊게 파인 V넥의 드레스’라는 김혜수의 레드 카펫 룩이 ‘승리’한 이유는 다름아닌 그녀의 당당함 때문이다. 다른 여배우보다 날씬하지는 않지만, 입고 싶은 스타일의 옷을 과감하게 입어 내는 패셔니스타인 그녀다. 어떤 후배 여배우도 아직 그녀의 자리를 넘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몸 사이즈는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아니다. ‘엉덩이가 뚱뚱하면 이런 스타일의 팬츠를 입어야 날씬해 보인다, 가슴이 납작하면 저런 스타일의 티셔츠를 입는 게 좋다’라는 패션잡지의 도움말도 때로는 요긴할 때가 있겠다. 하지만 그에 앞서 무엇을 입든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패션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으로 당당할 것. 그것이 올여름 ‘섹시 디바’ 김혜수처럼 아름다울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는지.
강주연 패션잡지 엘르(ELLE)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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