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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려다 탈만 났다” 사례로 본 몸매관리숍 실태

by inwoocare 2008.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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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 ○㎏ 책임 감량” “한 달에 ○㎏ 못 빼면 전액 환불” “아름다운 보디라인을 운동 없이 만들어드립니다”…. 흔히 접하는 일명 ‘몸매 관리숍’ 광고다. 최근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www.saramin.com)이 직장인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지금 내 몸매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한 사람이 전체의 91.5%나 됐다. 시간에 쫓기고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여대생이나 직장 여성에게 ‘운동 없이’나 ‘책임 감량’과 같은 말은 분명 매력적이다.

웰빙(well-being)이나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7~8년 전부터 늘기 시작한 몸매 관리숍. 2000년 1호점을 오픈한 마리프랑스는 현재 6곳의 지점을 운영 중이며, 2005년 문을 연 킴스코는 2년 만에 지점이 10개로 늘어났다. 숍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내세우는 조건은 비슷하다. 힘든 운동 대신 사우나·마사지·식이요법·기계운동으로 한 달에 적게는 3㎏, 많게는 8㎏까지 살을 빼주고, 감량에 성공하지 못하면 환불해준다는 것. 비용은 싸게는 50만원대부터 비싸면 1000만원대까지(전신 기준)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이런 몸매관리숍 광고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그들의 주장과 달리 일부 이용객은 “애초 약속과 다르다”며 피해를 호소하곤 한다. 2005~2007년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체형 및 미용관리 서비스 상담 사례를 보면 상담 건수는 2005년 1863건, 2006년 2487건, 2007년 2020건이었다.

반면 피해 구제 건수는 2005년 130건, 2006년 178건, 2007년 165건으로 7~8% 선에 머무른다. 몸매관리숍 이용을 둘러싼 대표적 피해 사례를 정리했다.

case1 살은 안 빠지고 병원 신세

180만원에 1.3㎏ 감량, 환불 요구하자 “위약금 내라”

선식·알약 먹고 이상 증세… 병원비까지 이중부담


20대 여성 김유미(가명)씨는 올 1월 A 몸매관리숍에 180만원을 내고 등록했다. 프로그램은 일명 디톡스(detox·해독) 코스. 1주일 동안 굶으면서 숍에서 제공하는 선식과 알약만 먹었다. 그러나 입안이 헐고 손톱이 갈라지는 등 이상 증세에 시달렸다. 멀쩡했던 몸도 급격히 쇠약해졌다. 체중도 1.3㎏밖에 빠지지 않았다.

김씨는 “밥을 못 먹어 영양결핍 증세가 나타난 것 아니냐”며 항의했다. 하지만 숍은 “명현(瞑眩·치료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이상 반응이 유발됐다가 결국은 완쾌되는 것)현상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켰다. 그는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돼 환불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기획상품을 중도 해지하면 위약금 10%를 추가로 물어야 한다”는 답변이었다.

박은서(가명)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몸매관리숍이 제시한 프로그램에 따라 며칠 굶으며 (효소 성분으로 만들었다는) 알약과 물만 먹는 생활을 계속하다 위와 장에 탈이 났다. 그는 현재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병원에 다니며 치료받고 있지만 “따져봐야 피곤해지기만 할 것 같아 환불은 얘기도 못 꺼냈다”고 말했다.

case2 “체중계가 이상해요”

체중 잰다면서 정면 보게 해놓고 체중계 조작

실제론 오히려 늘어… 사과는커녕 새 프로그램 권유


유민정(가명)씨는 키 166㎝, 몸무게 54㎏으로 평균 체형이지만 ‘더 날씬해지고 싶어서’ B 몸매관리숍에 등록했다. 방문 첫날 숍 측은 “정확한 진단을 위해 필요하다”며 키와 체중을 다시 측정했다. 체중은 별 차이 없었지만 키는 예상과 달리 162㎝가 나왔다. 자기 키보다 4㎝나 작게 측정된 것이다.

이상하게 여긴 그는 중간점검 단계에서 체중을 재는 관리사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다. 관리사는 유씨에게 “앞을 보라”고 말한 후, 그가 정면을 보는 순간 체중계 수치를 0.5㎏ 줄여놓았다. 빠지지도 않은 살을 빠진 것처럼 조작한 것이다.

이 관리숍은 시종일관 유씨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무성의하게 진행했다. 체중 감량 효과는 없었고 오히려 살이 더 쪘다. 그는 항의하려 했지만 숍 측은 오히려 “팔뚝 살을 더 빼야 한다”며 새 프로그램에 등록하라고 권했다.

 

case3 "약정 내용이 달라졌어요”

효과없자 “제대로 출석하지 않은 탓” 책임 전가

감량 약정도 8㎏이었는데 서류 보니 4㎏으로


계약 해지 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의 몸매관리숍 계약서.

직장 여성 신현주(가명)씨는 요즘 C 몸매관리숍에서 요요현상 관리 프로그램을 받고 있다. 처음 약속대로 살이 빠지지 않을 경우 숍이 ‘애프터 서비스’로 제공키로 한 프로그램이다. 그는 고액을 지불하고 한 달 동안 이용했다. 8㎏ 감량을 원했지만 살은 전혀 빠지지 않았고, 신씨는 숍 측에 환불을 요구했다. 관리숍은 계약서의 어느 조항(‘고객이 회사가 정한 프로그램을 이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을 들먹이며 환불을 거부했다. 신씨가 회사 일 때문에 관리숍이 규정한 횟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한두 번 빼먹은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신씨는 “환불이 안 된다면 다른 프로그램이라도 받게 해 달라”며 줄기차게 항의, 요요현상 관리 프로그램을 무료로 받게 됐다. 그러나 약정서를 본 그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애초 약속했던 8㎏이 아닌 4㎏ 감량으로 내용이 바뀌어 있었다.

case4  바가지 상술

70만원에 산 오일이 다른 숍에선 10만원 선

프로그램 같은데도 사람 따라 가격 달라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안상미(가명)씨는 평소 다니던 몸매관리숍에서 체중 감량 효과를 본 후, 관리숍의 말을 신뢰해왔다. 얼마 전 그는 숍 관리사의 추천으로 몸매관리용 오일을 70만원에 샀다. “원래 80만원짜리인데 단골이니 특별히 10만원 할인해 판다”는 말을 믿었다. 그러나 얼마 후, 우연히 들른 다른 숍에서 똑같은 오일이 10만5000원에 팔리는 것을 보았다. 몇 군데 더 알아보니 역시 가격은 10만원 정도였다. 안씨는 항의하며 설명을 요구했지만 관리사는 “원가만 10만원이 넘는 제품”이라며 발뺌했다. 

신촌에 위치한 한 관리숍을 다니는 송효정(가명)씨는 다른 경우로 바가지를 쓴 예. 대학생인 송씨는 아버지와 함께 관리숍에 찾아가서 몸매관리 상담을 받았다. 관리사는 3개월에 260만원짜리 프로그램을 권했다. 송씨는 체중을 4㎏ 가량 감량했고 자신과 체형이 비슷한 친구 배미라(가명)씨에게도 관리 받기를 추천했다. 센터 측은 배씨에게 3개월 관리에 200만원을 요구했고 배씨는 흔쾌히 관리숍에 등록했다. 관리내용은 송씨와 배씨 모두 동일했다. 체중과 키가 비슷하고 관리내용 역시 똑같았음에도 송씨는 260만원, 배씨는 200만원에 각각 관리를 받은 것이다. 송씨가 숍 측에 항의를 하자 마사지 관리를 2회 더 해주겠다는 말로 송씨를 달랬다.

| 몸매관리숍 직접 가보니 |

먼저 체중 측정… 평소보다 2㎏ 더 나와

“체지방·부종이 임산부 수준이시네요”

“할인기간 곧 끝나니 빨리 등록하세요”


지난 2월 23일 전화로 상담시간을 예약한 후,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몸매관리숍을 찾았다. 몸매뿐 아니라 피부도 관리해준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한 곳이다. 내부는 화려했다. 상담실에 앉으니 직원이 차를 내왔다.

얼마 뒤 나타난 상담사는 체성분 분석부터 권했다. 그에 앞서 속옷 차림으로 앞과 뒤, 측면 사진을 찍었다. 이어 키와 몸무게, 지방 분포도, 근육량 등을 측정했다. 대부분 지금까지와 별 차이 없거나 처음 보는 수치들이었다. 그런데 체중은 평소 알고 있던 것보다 2㎏이 더 나왔다. “체지방량과 부종이 임산부 수준이시네요. 관리가 필수적이에요.” 상담사는 바로 처방을 내놓았다. 3개월간 몸매관리를 받으면서 식이조절을 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식이조절 프로그램에는 해독을 위해 굶는 기간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관리비는 3개월 기준 150만원.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고 했다. 상담사는 “우리 숍의 관리 프로그램은 기계가 저절로 몸을 움직여 살을 빼주므로 운동할 필요가 없다”며 “근육량이 늘어나면 몸매가 예뻐지지 않으니, 관리 중에는 운동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며칠 후 또 다른 몸매관리숍을 찾았다.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광고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곳 역시 체성분 분석부터 시작했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상담사는 3주짜리 프로그램을 추천했다. 6회에 80만원. “관리할 부위에 차가운 랩을 감아 체지방을 연소시키며, 1회 관리에 3㎏ 감량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담사는 “현재 40% 특가 판매 중인 상품”이라며 “할인 이벤트는 곧 끝날 예정이니 오늘 바로 등록하라”고 권했다.

| 전문가들의 조언 |

“굶을수록 살 잘 찌는 체질로 변해

 운동과 식사조절 병행이 역시 최고”


전문가들은 몸매관리숍의 이른바 ‘몸매관리법’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먼저 “몸속 독소를 제거해준다”며 일부 숍에서 제공하는 디톡스용 알약과 선식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숍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개 10일 정도 밥 대신 이런 약을 먹으라고 권유한다. 숍 측은 “포도, 배, 케일, 호박, 양파, 무, 당근, 양배추, 미나리 등이 함유돼 있어 기초 영양소 섭취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 한의사는 “독소 제거를 위해 열흘 이상 굶을 필요는 없다”며 “단식 기간에 먹는 그런 알약은 단순한 전해질 보충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간의 단식으로 체중을 줄이면 기초대사량도 함께 줄기 때문에 금세 요요 현상에 시달리게 된다”고 했다.

장지연 대한피부비만체형학회 회장은 “몸매관리숍이 제공하는 알약이나 선식의 경우, 다이어트를 위한 보조제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굶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몸은 살이 더 잘 찌는 체질로 변하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을 통해 칼로리를 소비하고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 최선의 다이어트”라고 강조했다.

다이어트 경험자의 의견도 비슷하다. 회원 수 60만명에 이르는 인터넷 커뮤니티 ‘비만과의 전쟁(http://cafe.daum.net/slim)’ 운영자(ID ‘셀러오’)는 “단식 다이어트, 슬림센터(누워서 살 빼기), 덴마크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설사약이나 식욕 억제제를 통한 다이어트 등은 단기적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요요 현상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장기적으로 건강에도 해롭다”고 했다. 그 역시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이라는) ‘정석 다이어트’가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살을 빼는 길”이라고 했다.

/ 임혜진 인턴기자ㆍ서강대 철학과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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